내가 만난 에쿠니 가오리의 몇번째 글 일까? 그 몇번인가의 만남 중에 가장 담담하고 평온했던 시간 이었다. '실연'에 관한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낙하하는 저녁은 글로 읽기 전에 이미 영화로 먼저 봤던 작품이다. 보게 된 이유는 단순하게도 지구상에서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수식어가 너무 거창한가?) 와타베상이 나오기 때문 이었다. '겐고'역의 남자주인공으로. 번역된 소설속에선 '다케오'이다. 역자의 의도된 오역으로 원작과 이름이 달라져 버렸는데, 사실 읽으면서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역자의 의도대로 '다케오'란 이름이 남자주인공에겐 어울렸던 걸까...라고 생각해 본다. 8년의 시간이 불과 4일만에 깨져 버리고, 리카는 흔들린다. 흔들리는 리카에게 불쑥 나타난 하나코란 존재. 두 여자의 기묘한 동거. 영화속에서도 하나코는 매력적 이었다. (미호양과 하나코가 너무 잘 어울렸다.) 있는 없는듯, 바람처럼 사라지고 또 바람처럼 돌아오는 하나코. 작가는 하나코에 대해서 친절히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글 속에서 더 쓸쓸하고, 알 수 없는 존재로 느껴진다. 다케오와의 헤어짐을 받아들이는데 리카는 15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사람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