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13

2019. 1. 13. 12:13


새해
가 밝았다. 아직은 낯설지만 서류 작성일을 18에서 19로 여러 번 고치다 보면 2019년에도 익숙해질 것이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을수록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커다란 옷을 질질 끌며 홀로 앞으로 나아가는 건 힘겹고 지루한 일이다. 그래서 다들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함께할 동료를 만드는 모양이다. 나는 동료가 짐이 될까 두려워 혼자를 택했지만, 동료를 만드는 이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존버'라는 인터넷 유행어처럼 인생이야말로 존버를 잘하는 이가 이기는 게임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게임이라는 게 문제지만, 올해도 존나게 버텨보자.


게임하니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야기 좀 해야겠다. 이 작가 드라마 특징이 초반에는 재밌는데 마무리가 안 된다더니 알함브라도 딱 그 루트를 타고 있다. 내용 전개가 너무 느리고, 개연성도 없고, 감정선을 이해할 수 없는 러브라인에 가끔 튀어나오는 과한 워딩도 별로고 이상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특히, 여주는 친동생이 1년째 행방불명인데 연애놀음이라니! 제일 이상해 보인다. 공방어그로도 짜증 나고 교수라고 나오는 인간은 완전 소시오패스의 전형이고, 드라마에선 주인공한테만 미쳤다고 난리들인데 시청자 입장에선 주인공이고 뭐고 다 미친 걸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작가가 젤 미친 거 같다. 작가님이야말로 진우와의 동맹이 시급하다. 그다음은 공방어그로. 이제 후반인데 진우 좀 그만 굴리고 뿌려놓은 떡밥 회수 좀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 보기 전까진 현빈에게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요즘 드라마 볼 때마다 감탄을 거듭하고 있다. 잘 생기기도 잘 생겼는데 나이 들어 없던 분위기까지 생기고, 피지컬도 좋고, 목소리는 또 무슨 일이야?! 게다가 본업인 연기도 잘하네요. 503이 나랏돈으로 팬질했던 이유를 이제 좀 알 것도 같다.

하나를 가르쳐주고 열을 알기를 바라진 않는다. 적어도 가르쳐준 하나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야 할 텐데 그것도 모른다니 내 속만 터진다. 몇 번씩 해 본 업무를 모른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 건지 내 머리론 이해가 안 되고, 모르면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아서 더 싫다. 일머리 없고 성격까지 답답한데 절대 잘리지 않을 사람이라 대책이 없다.

아침을 안 먹은 지 꽤 오래됐는데 빈속으로 있다가 점심밥을 먹으면 손, 발이 따뜻해지는 게 바로 느껴진다. 연료 없이 무리하게 돌리던 보일러에 연료가 투입되어 정상 작동하는 느낌이랄까. 아침밥도 먹고 운동도 해주면 더없이 좋은 건 아는데 이 두 개는 너무 귀찮다. 아침밥은 누가 챙겨주면 좋겠고 운동도 누가 좀 강제로 끌고 가서 시켰으면 좋겠다 ㅜㅜ


간만에 친한 동생 만나서 밥 먹고 투썸에서 먹은 크레이프 케이크. 맛은 쏘쏘. 번화가에서 좀 벗어난 2층에 있는 곳이라 북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결혼할 때 가방순이 해준 게 엊그제 같은데 곧 아기 엄마가 된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엄마가 야무지고 똑 부러지니 조카도 그렇게 크겠지요. 요 녀석이 내가 아끼는 마지막 조카가 될 듯한데 다음 달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동생이랑은 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해서 아쉽지만, 세월이 흐르면 다시 가까워질 날이 있을 거라 믿는다.

작년에 분명히 woo리은행 인터넷뱅킹 이체 한도를 최대치로 바꿔놓은 거 같은데 이체하려고 보니 한도가 천만 원이다. 이건 내 착각 일수도 있어서 다시 은행에 가서 한도 변경 요청을 했더니 인터넷뱅킹 가입이 안 되어 있단다. 아니 그럼 내가 지금까지 한 건 뭔데요? 대한민국에 woo리은행이 두 갠가요? 쓰지도 않는 텔레뱅킹 한도나 올려놓고 말이야. 여차여차해서 처리가 되긴 했는데 갈 때마다 업무처리가 엉망이라 없던 정도 떨어지고 있다. 통장에 도장 찍는 것도 못 해서 내가 찍어준 것도 황당하고 에휴. 업무처리를 저렇게 하면서 미안하단 소리도 없고. 진상 고객이었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난 조용히 이용을 안 하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할 뿐이다. 이제 이체 한도 올려놨으니 당분간 저 은행 가서 속 터질 일은 없겠지.
 
3개월 전에 3년 쓴 온실매트 세탁했는데 멀쩡하다고 글 올렸었는데 얼마 전에 고장 났다. 처음엔 등 쪽만 따뜻하더니 나중엔 아예 켜지지도 않는다. A/S 보낼까 했는데 갖고 있지도 않은 품질보증서 어쩌고 하길래 포기하고 최신형으로 사버렸다. 이번에 산 건 아예 커버 분리형으로 나온 거라 세탁으로 인해 고장 날 일은 없을 거 같다. 품질보증서도 보관해둬야지.


비숲 이후로 본방 사수하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요즘 무려 세 편이나 챙겨보고 있다. 톱스타 유백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왕이 된 남자까지. 유백이는 섬 풍경이 예쁘고 코믹하고 귀여워서 계속 보는 중이고, 알함브라는 현빈의 얼굴이 개연성이자 내용이고, 왕이 된 남자는 우연히 봤다가 연출, 음악, 배우 다 마음에 들어서 계속 보기로 했다. 진구 연기 잘하는 건 알았지만 언제 저렇게 상남자가 됐는지. 남의 집 아이는 빨리 큰다더니만 정말 그렇네. 여주와 케미도 좋고 둘 다 연기도 잘해서 보기 편하다. 그나저나 소문에 의하면 요즘 드라마 대본이 제일 먼저 티비엔으로 간다더니 이렇게 재밌는 드라마가 계속 나오는 거 보면 소문이 진짜였나 보다. 그 이상했던 티비엔이 이렇게 잘 나가게 될 줄이야. 방송국 팔자도 모를 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