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21

2019. 6. 21. 21:27




가경아

네, 어머님

넌 꿈이 뭐니?

사라지는 거요.

사라지면 다 해결되나?

해결을... 안 해도 되죠.

좋은 꿈이다.

- 드라마 <검·블
·유> 5화 중에서


드라마에 나온 대사가 지금 내 마음 같아서 옮겨 적어봤다. 13년을 다닌 회사에서 10년을 알고 지낸 사람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고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또 더러웠는지. 죽을 만큼 불편하지만,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능력 없는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지난 일주일 동안 감정은 널뛰고 잠은 안 오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소름 끼치게 싫은 사람을 앞으로도 계속 봐야 한다는 게 끔찍하지만, 회사를 그만둘 순 없으니 이겨내야겠지. 아주 강력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 자신을 부둥부둥 해주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연차도 없는 회사에 하루 휴가를 냈다. 일어나서 배부르게 밥 먹고 깨끗이 청소하고 좋아하는 고양이 책을 주문해서 읽고 달달한 음료를 마시고 상쾌하게 샤워하고 멋진 여성 두 명이 차를 때려 부수는 속 시원한 드라마도 봤다. 덕분에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다시 불편한 마음이 이어지겠지만 그 불편함에 지지 않도록 최대한 좋은 기운을 충전해가야겠다. 나를 생각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기운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