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6월 독후감

2019. 8. 7. 20:59


01. 보기왕이 온다 / 사와무라 이치 / 아르테 / E

어느 날, 회사에 있던 히데키에게 치사의 일로 볼일이 있다며 손님이 찾아온다. 치사는 히데키 아내 가나의 배 속에 있는 딸의 이름으로 아직 부부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이름이다. 손님이 왔다는 소식을 히데키에게 전해준 직장 후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 이후 히데키와 가나 주변에 설명 불가능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히데키는 어린 시절 자신을 찾아왔던 괴물 보기왕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전체 3장 중 1장은 히데키의 시점, 2장은 가나의 시점인데 2장에선 나름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무서운 공포 소설을 기대하고 읽은 건데 무섭지 않아서 실망했고 간만에 돈과 시간이 아까운 책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먹고살기 어렵다고 산 사람을 내다 버리는 버러지 같은 풍습을 우리나라 고유의 풍습인 양 일본이 날조한 게 생각나서 짜증 났다. 산 사람 내다 버리는 건 일본 고유의 풍습이지 우리나라엔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망쳐놓은 건지 알면 알수록 소름 돋고 기막힐 뿐이다. 일본 작가 책은 거의 안 사고 있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확실히 불매해야겠다.  


02. 사하맨션 / 조남주 / 민음사

<82년생 김지영>도 그렇고 <현남 오빠에게> 실린 단편도 그렇고 매우 공감하며 괜찮게 읽었는데 이 소설은 모르겠다. 기업이 인수한 도시국가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 속에서 내가 본 건 소외된 이들의 우울과 절망밖에 없었다. 차라리 내용이 어려운 책이 낫지 이렇게 잘 읽히면서도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책은 더 어렵다. 단순히 사하맨션에 거주하는 소외된 인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내겐 우울함이 전부인 소설이었다.


03. 무심한 듯 다정한 / 정서윤 / 안나푸르나

마음의 위로가 필요했던 지난 6월, 살까 말까 망설이던 야옹이 책 두 권을 샀다. 고양이를 사랑하지만 고양이가 없는 인간의 고양이에 대한 집착은 상상 이상이다. 남의 집 고양이를 향한 끝없는 짝사랑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주기적인 스토킹으로 발전한다. 회사에서 일하기 싫거나 기분 나쁠 때마다 소중하게 즐겨찾기에 넣어둔 냥님들을 한 번씩 보고 오면 그나마 마음이 풀린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할머니와의 다정한 사진으로 유명해진 노랑둥이 순돌이다. 저자가 길고양이였던 순돌이를 데려왔고 처음엔 반대하던 칠순 노모도 점차 마음을 열어 금세 순돌이와 친해지셨다. 어머니와 순돌이의 애정 넘치는 사진이 얼마나 보기 흐뭇하던지.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나의 어머니와 인간보다 훨씬 수명이 짧은 나의 고양이. 시간의 순서대로라면 이 둘이 먼저 저자의 곁을 떠나겠지만 그때에도 사진은 남아 작은 위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04. 가족이니까 / 정서윤 / 야옹서가

순돌이네 가족 그 두 번째 이야기. 그 사이 저자의 결혼으로 인해 부모님이 지내시는 시골엔 동물 식구들이 늘었다. 여전히 다정한 어머니와 가끔 등장하시는 독불장군 아버지. 엄마 껌딱지인 치즈 순돌이, 저자의 남편이 키우다가 함께 생활하게 된 애교쟁이 젖소 무늬 고양이 꽃비, 천방지축 진돗개 봉순이에 시골 동물들까지. 늘어난 식구들만큼 볼거리도 많아졌다. 전작에서 비중이 거의 없으셨던 아버님이 이번엔 좀 더 많이 나오시는데 싫다고 하시면서도 고양이들에게 곁을 내어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과 동물, 배경, 모든 것이 평화롭고 따뜻해서 힘들 때 작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런 연유로 앞으로도 저자의 책은 계속 사들일 예정이다. 인스타에서 처음 사진을 봤을 때부터 사진을 뭐로 찍으시는 건지 궁금했는데 나도 가지고 있는 GM1이었다. 충격!!! 특유의 노란빛이 이상하게 낯익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GM1 복고모드로 찍으신 듯하다. 사진 잘 나오는 폰으로 바꾼 이후로는 디카를 안 꺼내고 있었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디카를 꺼내서 사진도 찍어봤다. 본문에 있는 책 사진이 GM1 복고모드로 찍은 건데 모델의 차이인지 저자가 찍은 사진과는 비교도 안 된다.